[어떤별] 남궁예진, OOO 지식재산팀

관리자,  2023년 2월 27일,  조회 1574,   추천 43



어떤 변리사가 될 것인가? 08
남궁예진, OOO 지식재산팀

약력
15 제52회 변리사 시험 합격 (회로이론)
17 고려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전기전자공학 학사
17 해오름 국제특허법률사무소
17~19 KBK 특허법률사무소
19~22 특허법인 광장리앤고
22~ OOO 지식재산팀
23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학사
* 당사자 요청으로 회사 이름을 익명으로 처리하였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52기 변리사 남궁예진이다. 처음에는 전기전자 변리사로 커리어를 쌓았다. 지금은 판교에서 IP 전반을 다루는 인하우스 변리사로 일하고 있다.

어쩌다 변리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문과에 갈 줄 알았다. 근데 사탐보다는 과탐이 더 잘 맞아 이과로 진학하게 되었고, 대학교도 공대로 가게 되었다. 공대 학과들 보다 학문 응용의 폭이 넓다고 생각된 산업(경영)공학을 선택했다. 공대를 다니면서도, 스스로 문과적 성향이 강하다고 느꼈다.

대학 재학 시절 진로 고민을 크게 하고 있지는 않은 상태였는데, 어머니를 통해 변리사라는 직업에 대해 알게 됐다. 어머니가 한빛학원 변리사 설명회를 제안해 주셔서, 고등학교 친구들과 다 같이 가보게 됐다. 그날 나는 바로 수업을 등록하면서 수험생활을 시작했다. 나의 문과적 성향과 이과적 능력이 잘 어울릴 수 있는 직업이라 생각되었다.

수험생활은 어땠나요?
당시 대학교 3학년이었고, 설명회를 들어보니 좋은 직업이라 생각되어 시작하게 됐다. 고시 같은 무거운 느낌보다는, 자격증 공부 같은 느낌으로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하기 전에 다른 길도 탐색을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햇수로는 2년을 공부했는데, 중간에 한 학기는 학교에 다녀서, 실질적으로는 3학기 정도 공부했다. 처음에는 출첵 스터디를 하다가, 생활리듬 상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어서 결국 혼자 독서실을 다녔다. 그리고 회로이론 공부를 할 때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 때문에 독서실에서 공부하기는 어렵더라. 결국 2차 시험때에는 집에서 공부하게 되었다. 동차 시기에는 열심히 공부해서 힘들었다. 학원에서 시키는 대로 다 한 것 같다. 민법도 10회 독씩 하고, 정석대로 공부했다. 동차는 정말 힘들었지만, 당시 회로 대란 때 결국 합격하지는 못했다.

동차를 떨어진 후에 한 학기 학교에 다녔다. 이때는 산업디자인을 복수 전공했다. 아예 다른 공부를 하니까 리프레시가 되더라. 실기하느라 바빠서 시험 생각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그러다 다시 기득 시험을 준비하니까, 동차 때보다 공부가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중간에 한 번 쉰 게 오히려 도움이 된 게 아닐까 싶다. 복습하는 마음이 들어서 더욱 차분한 마음으로 공부했다. 그렇게 시험에 합격했다.

합격 이후의 학교생활은 어땠는가?
변리사로서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였다. 전공이 산업공학이어서, 변리사로서 약간 애매한 면이 있다고 느꼈다. 좋게 보면 모든 분야로 갈 수 있고, 나쁘게 보면 어디도 갈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양한 진로를 생각했다. 산업디자인을 좋아해서 상표/디자인 쪽으로 나갈 수도 있었고, 특허 쪽으로 나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특허를 베이스로 일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이때 복수로 전공하고 있던 산업디자인을 포기하고, 전기전자공학을 새로 선택해서 세 학기 안에 빠르게 마무리했다.

해오름 국제특허법률사무소에서의 생활은 어땠나?
복수 전공을 새로 시작한 탓에 53기와 함께 취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상표/특허 분야 구분 없이 학기 중에 관심 있는 모든 사무소에 지원 공고를 넣고, 면접을 봤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당시에는 4월이라 사람을 뽑는 곳이 많지 않았고 전반적으로 특허 시장이 침체된 때였다. 

면접 과정에서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다. 면접에서, 합격한 지 1년이 지났는데 법을 다 까먹은 건 아닌가? 스태프가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데 괜찮은가? 와 같은 말을 많이 들었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추가 학기를 다니며 전기전자를 복수 전공하고, 나름 어린 나이에 빠르게 진로를 결정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면접을 보다가, 해오름에 합격하게 됐다. 변리사 1명, 스태프 2명인, 작지만 알찬 회사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수습인 나를 뽑아준 대표님께 감사드린다. 스태프보다 변리사 수습의 몸값이 높았을텐데 그럼에도 나를 고용한 거라 부담이 있으셨을 것 같다. 

해오름은 특허와 상표를 둘 다 할 수 있는 변리사를 원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일할 수 있었다. 수습이 해보기 어려운 일을 많이 경험해서 좋았다. 심판 의견서도 작성해보고, 정부 지원 사업에서 대기업, 산학협력단까지 다양한 대상의 건을 해 보았다. 이때 정말 빠르게 성장했다.

특허법인 KBK에서의 생활은 어땠나?
여러 일 중에서, 특허를 조금 더 체계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KBK에 자리가 나서 이직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단말 팀에서 일했다. 스마트폰의 구동 방식이나 그에서 구동되는 어플리케이션에 관련된 특허를 다루었다.

단말에 관련된 업무를 배우다가 통신표준팀으로 옮겼다. 처음에는 기술 이해가 정말 어려웠다. 하지만 KBK 내에서 업무를 가르쳐주시는 분들이 뛰어나셔서, 잘 적응 해가면서 일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통신표준을 배워서 커리어적으로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KBK, 그리고 엘지를 통해 대기업 출원에 대해 제대로 배우게 됐다.

특허법인 광장리앤고에서의 생활은 어땠나?
대기업 특허 업무가 점점 익숙해지면서, 심판과 소송 등 더 많은 걸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 광장에서 엘지 대리인 일을 했던 사람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해서 이직하게 됐다.

다만 이직 과정이 부드럽지는 않았다. 엘지전자가, 같은 엘지전자 업무를 하는 사무소 풀 내에서 사람이 이동하는 걸 좋아하지 않더라. KBK와 광장 모두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광장에서 이런 상황을 잘 이해하고 기다려줬다. 광장에서는 엘지 건을 제외한 다른 업무들을 담당하였다. 덕분에 인커밍, 아웃고잉, 중소기업 건 등 다양한 일을 경험할 수 있었다. 뛰어난 프로들과 함께 일할 수 있고, 1인 1실에 점심저녁 식대 등 복지도 좋은 곳이었다.

왜 OOO 지식재산팀으로 이직하게 됐는가?
각각 다른 특징을 가진 해오름, KBK, 광장리앤고에서 햇수로 6년을 일했다. 세 사무소 모두 좋았다. 다만 사무소에서 변리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너무 좁다고 느꼈다. 고객에게 발명에 관한 내용을 전달받아서 특허를 만들어주지만, 그 이후에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알 수 없다. 내 역할이 거기서 끝나는 게 아쉬웠다. 사업적인 관점에서의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싶었다. 변리사로서 더 주도적인 업무를 해보고 싶어서 인하우스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기업에 지원해보거나 다녀본 경험이 없어서, 처음에는 이력서 작성부터 쉽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지식재산 업무를 하는 전문가를 원한다는 점에서 특허사무소와 인하우스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해당 기업에 대한 특허나 뉴스들을 사전에 미리 알아보고 면접을 준비하다 보니 합격에 이를 수 있었다. 

변리사는 일반 직장인에 비해 운신이 자유롭지 않나. 이런 특성에 익숙해져서, 딱딱한 사내 문화를 가진 곳은 적응하기 힘들 것 같았다. 비교적 개방된 문화를 가진 IT 분야의 인하우스를 알아봤다.

OOO 지식재산팀에서의 생활은 어떤가?
현재 한국에서 가장 큰 IT 기업 중 하나인 회사에 실제로 다니면 어떨지 알고 싶었다. 막상 들어가 보니 업무가 생소하더라. 절대적인 업무의 양은 줄어들었지만, 업무의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

예를 하나 들면, 비교적 서비스 변화가 유연한 IT 업계 특징상, 계속 회사를 모니터링 하면서 회사가 내부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기획하고 준비 중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렇게 지켜보다가, 특허 리스크 검토나 권리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먼저 컨택을 한다. 가끔은 배경지식이 많지 않은 사람들에게 IP를 설명해야 할 때도 있기에, 최대한 쉽게 설명하고자 한다. 특허 상표를 알리고 발명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내부 세미나 등을 하기도 한다. 

IP 제네럴리스트로서 나아가기 위해 계속 정진하고 있다. 특허와 상표 모두 능숙하게 해야 하는데, 나는 특허 위주로 커리어를 쌓아와서 가끔은 어려움이 있다. 내가 전문가로서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주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이후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회사 내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가능한 한 오래 다닐 생각이다. 한편으로는,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에서도 일해보고 싶다.

변리사로서 자신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애매한 게 장점인 것 같다. 본 전공부터 산업공학이라 애매하다. 면접을 볼 때, 특히 인하우스 면접에서 산업공학을 졸업한 변리사를 처음 본다고 하더라.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나아갈 수 있는 길이 넓다는 생각이 든다. 분야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시도가 가능하다.

요즘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한다. 개인적으로, 하나만 깊게 파는 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올라운더를 원한다. 그래서 애매한 전공을 가지고, 작은 사무소, 큰 사무소, 더 큰 사무소, 인하우스에서 여러 업무를 다양하게 배워온 커리어가 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어떻게 변해도 적응할 자신이 있다.

새로 합격할 60기 변리사에게, 수습을 구할 때 필요한 조언을 해준다면?
수습을 구할 때는 사무소의 크기나 보유하는 고객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규모의 사무소이든,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하든 배울 점이 있기 때문이다. 어디라도 다 좋은 경험이 된다. 그러니 즐겁게 배우면서 다닐 수 있는 사무소를 고르면 된다. 그런 관점에서는 같이 다닐 동기(혹은 친구)가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새로 합격할 60기 변리사에게, 커리어 조언을 해준다면?
사람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지 않나. 본인이 어떤 걸 추구하느냐에 따라, 커리어를 쌓는 방식이 달라질 거다. 나는 커리어를 단계적으로 밟았다고 생각한다. 작은 곳에서 큰 곳으로. 다 경험해봤는데 너무 좋았다.

그리고 지금 내 수습 시절을 돌아보면, 왜 그렇게 졸업하자마자 아득바득 빠르게 일하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후회가 된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합격해서, 그 앞선 느낌을 이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럴 필요가 없었다.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약 내가 빨리 합격한 사람이고, 가정 등 책임질 것이 없다면, 최대한 경험을 많이 해보면 좋겠다. 나라면 언어 공부를 할 것 같다. 그래야 운신의 폭, 선택지가 넓어지니까. 어떤 외국어든 하나를 마스터하면 좋을 것 같다.

합격했다고 바로 일하는 것보다도, 여러 가지를 경험해보면서 천천히 자신의 조건과 적성을 기반으로, 어떤 커리어를 목표로 삼을 것인지 고민해보면 좋겠다. 그렇게 자신이 정한 목표에 따라서 커리어를 쌓아나가면 되겠다. 한 군데에서 오래 일해서 전문성을 깊게 쌓아가는 것도 좋고, 나처럼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도 좋다. 충분히 고민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커리어를 쌓길 바란다. 후에 돌이켜보면 아쉽더라도 지금의 선택은 최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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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글쓴이 , 2023년 2월 27일, 
14
오랜만에 어떤 변리사가 될 것인가 시리즈를 다시 시작하게 됐습니다. 인터뷰 받아주신 남궁예진 변리사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ㅎㅈㅎㅇ , 2023년 2월 27일, 
5
다양한 경험을 해보신 멋진 변리사님이신 것 같아요~~귀한 경험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변리사님^__^

nothing , 2023년 2월 27일, 
5
어딘지 궁금하네요. 커리어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색연필 , 2023년 2월 28일, 
5
비슷한 연차에 비슷한 상황을 경험해봤고 최근에 드는 생각도 너무 공감이 많이 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PA5830 , 2023년 2월 28일, 
4
귀중한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너무 좋은 글이에요!

1193.0 , 2023년 3월 2일, 
4
커리어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인터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덤핑박멸 , 2023년 4월 4일, 
2
업계 얘기를 공유할 수 있어서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운영자님 바쁘시겠지만 앞으로도 해당 시리즈 많이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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